美 대학, “아이패드 도입은 시기상조”

2010. 6. 1. 01:48디지털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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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새학기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학가에서 애플 아이패드가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태블릿PC가 교육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것으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의외의 결과다. 문제는 대학의 부족한 무선 네트워크 대역폭과 빈약한 전자 교재 콘텐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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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미국 펜실베니아 주의 세튼 힐 대학교가 올 가을 입학할 신입생들에게 아이패드를 무상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지급될 아이패드가 과연 공짜인지는 의문이다. 대학의 무선 네트워크 확충과 운영을 위해 연간 800달러의 등록금을 추가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의에 사용하는 교재가 아이북스에 등록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기존 종이 교재는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이 대학이 아이패드를 도입하는 취지에 의문을 품을 만 하다. 실제로 여러 대학이 아이패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일(현지시간) “아이패드가 여러 대학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몇 개 대학 사례를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조지 워싱턴대와 프린스턴대는 네트워크 보안 문제가, 코넬 대학도 네트워크 연결 문제가 발생해 살펴보는 중이며 아이패드가 네트워크 대역폭 과부하를 가져오지는 않을지 않을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의 낡은 무선 네트워크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 모바일 디바이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조지워싱턴대는 대학의 무선 네트워크 보안 기능이 아이패드를 지원하지 못해 아이패드를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아이폰과 아이팟터치도 마찬가지다. 프린스턴대도 애플의 기기가 대학 전체 컴퓨터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오작동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발견하고, 20%에 이르는 기기를 접속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린스턴대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플과 공동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코넬대 IT 담당자인 스티브 슈스터는 아이패드가 네트워크 과부하를 가져오지는 않을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 구성원들이 아이폰을 많이 활용하면서 대학 네트워크 대역폭에 과부하를 가져왔다”라며 “아이패드도 대학 네트워크에 손상을 가하지 않을지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불편함을 겪는 것은 학생들이다. 아이패드를 사용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499달러가 넘는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학내 시스템과 e메일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이 필요한 상황이다.

모든 대학 관계자는 신속히 문제를 찾아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학 내 무선 네트워크를 확충해야 하는 문제인 만큼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조지 워싱턴대는 아이패드의 OS에 충분히 대응하려면 내년 봄은 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이패드의 휴대성과 전자책으로서의 활용성을 강조하며 교육 시장을 공략하려 했던 애플은 골치가 아프게 됐다. 테레사 브루어 애플 대변인은 “대학 내부의 문제에 관해서는 잘 알고 있지 못하다”라고 짧게 답변했다.

문제는 대학의 빈약한 무선 네트워크 뿐만이 아니다. 한 교육 관계자는 아직까지 아이북스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가 부족해 아이패드 단말기 가격을 상쇄할 만한 매력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간 800달러의 추가 비용을 내고 ‘공짜’ 아이패드를 손에 쥐게 될 세튼 힐 대학의 학생들이 종이 교재는 별도를 구입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 교재는 대개 이미지와 수식, 그래프가 많아 텍스트 위주의 일반 도서에 비해 전자책으로 전환하는 비용이 높은 편이다. 애널리스트와 대학 교수들도 출판사들이 더 많은 교재를 전자책으로 제공할 때까지 대학이 아이패드를 전적으로 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무선인터넷 사용량이 다른 휴대용 단말기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대학가에도 무선 네트워크 확충이라는 새로운 숙제를 던졌다. 애플은 대학이 아이패드 등 새로운 단말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 빠른 시일 안에 전자책 콘텐츠를 확충해야 하는 과제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가벼운 전자책 단말기 하나만 들고 등교해도 훨씬 더 풍부한 교재로 공부할 수 있는 시대는 아직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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